대구예술발전소
○ 스튜디오 : 4
The prison notebook.
나에게도 작업실이 있다. 서늘하고 어둡고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곳에 나는 매일 제 발로 걸어 들어간다. 답답하기 짝이 없는 그곳에서 나를 해방시켜주는 건 오로지 생각에 빠지는 일 밖에 없다. 끝도 없이 반복되는 굴레와 구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하루 대부분을 공상으로 채워 나가며 기억 속에서 멀어졌고 언젠가는 사라져버릴지도 모를 것들을 붙잡아둔다. 긴 시간 감옥에서 비밀스럽게 글을 썼던 그람시처럼.
“나는 무언가 영원한 것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나는 확실한 계획에 따라, 나를 빨아들일 수 있고 나의 내적인 삶에 초점을 맞출 수 있는 어떤 주제를 위해 체계적이고도 집중적인 노력을 하고 싶다.” -안토니오 그람시
-나의 작업은 내가 아는 인식의 지평 안에서 귓전에 자주 맴돌던 말들, 염두에 두었던 문장, 수집한 메모, 낙서와 일기 등 일상의 안위를 느끼게 해주는 것들을 끊임없이 상기하며 긁적이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게다가 작품의 시각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막대 형상은 각각의 색마다 쓰고자 하는 기록과 연결지어 ‘pink=춤, yellow=들놀이, blue=사랑, black=밤, green=메모, orange=일기’와 같은 식으로 나름의 주제를 정해서, 문장이 시작될 때마다 해당 색으로 표시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펜과 빛이 과도하게 반사되는 메탈지에 기록함으로써 내용을 감추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