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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수창청춘맨숀 라운드테이블 2회차 <문화재생산: 지역 문화예술가치를 확산시키는 법>

  • 작성일2024-12-17 11:13:27


2024 수창청춘맨숀 라운드테이블 2회차 <문화재생산: 지역 문화예술가치를 확산시키는 법>

모더레이터: 매일신문 이연정 기자

패널: Re:Art 참여작가 노비스르프, 김상덕, 이민주, 조성훈, 박한나, 정선미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문화예술적 역량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시대는 점차 빠르게 변하고, 과거의 문화 자산은 그만큼 빠르게 잊혀져간다. 그래서 그것들을 다시 한 번 불러내 현대에 맞게 재해석하고, 새로운 콘텐츠화를 꾀하는 수창청춘맨숀의 리아트(Re:Art) 프로젝트는 지역의 문화예술 가치를 확산하는 방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리아트 프로젝트 2년차를 마무리하는 시기,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 예술인들이 최근 한 자리에 모여 문화재생산에 대한 생각과 지역 문화예술 가치를 더욱 확산할 수 있는 방법, 현장에서 마주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예술인들은 우선 자신들이 참여했던 리아트 프로젝트 작업에 대한 얘기로 운을 뗐다. 대부분 유물이나 근대·원로예술인 등 주어진 특정 주제를 자신의 기존 작업에 녹여내는 방식이 작가로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새로웠고, 만족스러운 경험이었다고 평했다.

다만 작품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전시 기획자와의 충분한 소통이나 피드백이 없어 아쉬웠다는 얘기도 있었다.

또한 한 작가는 1899년 대구 현풍군읍지를 소재로 작업하며 실제 해당 지역을 돌아보며 영감을 얻는 등의 흥미로운 활동을 했음에도, 그러한 과정에 대한 얘기 없이 결과물만 전시한 불친절한전시 같았다고 했다. 작가가 주제를 어떻게 해석하고,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도 보여준다면 더욱 의미 있는 전시가 되지 않았겠냐는 말에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프로젝트의 현 참여자와 과거 참여자들이 함께 모여 토론이나 스터디를 한 뒤 공감대를 형성하거나, 2년 연속 참여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이어가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리아트 프로젝트 주제가 대구 사람들조차도 잘 모르는, 낯설게 느껴지는 주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어느 정도 보편적인 주제로부터 시작해 깊게 파고드는 것이 관람객들이 보다 전시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그렇다면 문화재생산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예술인들이 생각하는 대구만의 문화적 강점은 무엇일까. 일부 예술인은 자신들조차 대구에 살면서도 대구의 문화적 강점을 잘 몰랐던 것 같다고 했고, 일부 예술인은 옛 것을 지키려는 지역의 보수적인 면이 오히려 강점이라는 의견도 내놓았다.

이와 함께 미술·음악은 물론 무용, 뮤지컬, 오페라, 사진, 건축 등 다양한 예술 분야가 골고루 성장한 것이 대구의 문화적 강점이지만, 근대 시절 주목 받았던 당시의 영광에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뼈 있는 지적도 있었다.

또한 한 작가는 대구에는 근대 유산들이 많이 남아있기에, 그러한 공간을 살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지난해 대구시가 무영당이나 꽃자리다방 등 근대 공간을 활용해, 지역 문화예술을 꽃피운 근대 예술인들의 정신과 작품을 청년 예술가들이 재해석해 소개한 환상도시유람단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지금까지 행해졌던 그러한 문화재생산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일회성에 그치고 말았다. 앞으로는 단기적 프로젝트보다 몇 년 단위로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아카이빙이나 홍보 등에 있어 지속성이 있는 문화재생산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작가는 사실 작가들은 작업에만 몰두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대구에 무영당 같은 공간이 있다는 것도 최근에 알게 됐다. 예술가들이 지역 문화 자산에도 관심을 갖게 하려면, 일단 활용하고 싶은 공간을 예술가들에게 아예 맡겨보는 것은 어떨지 제안해본다고 했다.

그는 신진 작가들은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작업·전시할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레지던시에 못 들어가서 그때부터 아예 작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이들에게 어느 정도의 지원과 함께 공간을 주면, 지역 예술이 성장하는 데 큰 뒷받침이 되리라 본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화재생산 정책에 전문성과 일관성이 결여돼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정책 마련에 있어 예술과 문화를 별개로 다뤄야한다는 것. 특히 대구시의 정책 자체가 시민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순수예술보다 대중적이고 소비적인 문화만 발달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참여자들은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를 확산함에 있어, 예술인들이 설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한다는 데 대해서도 공감했다.

또한 관련 정책이 너무 자주 바뀌거나 사업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 실효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논의됐다. 지자체가 문화 관련 정책에 있어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일관성 있는 방향으로 예산을 분배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편 일부 작가는 문화재생산의 방식으로, 지역 주민들이 지역 문화재생산에 기여할 수 있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 작가는 자신이 관심 있는 지역의 문화 등을 재해석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창작하는 주체로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또 지속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예술가들은 문화재생산에 있어 중요한 요소를 스토리텔링으로 꼽았다. 지역의 문화 자산에 대해 새로운 세대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게 위해서는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이 시대에 맞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문화 접근성을 높여야한다는 것. 이 과정에서 지속 가능성과 지역 브랜딩을 놓치지 않는다면 충분히 관광콘텐츠화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었다.


매일신문 이연정 기자 ly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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